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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k Black의 무한도전, 사정없이 록의 씨앗을 뿌려라.
Jack Black이 "무한도전"에 출연하네 마네로 벌써부터 국내 팬들은 들썩거렸다. 영화배우로서뿐만 아니라 로커로서도 Jack Black은 훌륭하다. 영화 "스쿨 오브 록"의 록덕후는 실제로는 열혈 로커다. 그가 이끄는 밴드 Tenacious D는 한 차례 내한공연을 통해 코미디 록이 엄연히 하나의 장르가 될 수 있음을 똑똑히 보여줬다.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지만 사정없이 록의 씨앗을 뿌리는 Tenacious D의 모습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진다.
#1 주체할 수 없는 끼
사실 "무한도전"에 출연하지 않더라도 Jack Black은 알아볼 만한 인물이다. 이미 다른 의미로 그의 "무한도전"은 진행 중이다. 원동력은 주체할 수 없는 끼다. 영화와 TV에서 작은 역할을 맡다가 점점 캐릭터를 인정 받아 주연급으로 발전한 경우다. 지금은 쿵푸팬더처럼 푸근한 배를 가지고 있지만 90년대 영화를 보면 의외로 날씬한 체형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데드 맨 워킹"에서는 제대로 정극 연기를 한다. "킹콩" 리메이크에서는 단 한 차례도 웃기지 않는다. 비열한 악역도 가능함을 이 영화를 통해 증명해냈다.
연기는 웃겨도 연기력은 우습지 않다. 다만 Jack Black 스스로 웃긴 괴짜 캐릭터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역할이 자주 들어오는 것뿐이다.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 "스쿨 오브 록", "쿵푸팬더", "나초 리브레" 등이 대표적인 예다. Jack Black은 90년대 후반부터 흥행몰이를 한 코미디 영화의 남자 배우들을 묶는 말인 프랫 팩(Frat Pack)에 예외 없이 들어간다. 벤 스틸러, 오웬 & 루크 윌슨 형제, 빈슨 본, 스티븐 카렐 등이 여기에 속한다.
Jack Black의 코미디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진정성 때문이다. 그는 정말 좋아하는 것을 하며 그것에 충실하다. UCLA에 진학했지만 연예활동을 이유로 2년 만에 중퇴했다. 아버지의 경제적 지원은 이 때부터 끊겼다. 동문이었던 Tim Robins가 영화 "밥 로버츠"에 캐스팅하면서 본격적인 연기 활동이 시작됐다. HBO의 단편 코미디 시리즈인 "미스터 쇼"에 특별 출연하며 끼를 발산했다.
#2 트리뷰트
Jack Black의 밴드 Tenacious D는 1994년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결성됐다. Kyle Gass와는 Active Gang Theatre Company라는 극단에서 처음 만나 절친이 되었고 곧 밴드를 결성하기로 결정한다. 이후 Kyle의 아파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곡을 쓰고 밴드 활동에 대한 계획도 세웠다. Jack Black의 영화 캐릭터 잔상과 어쿠스틱 기타로 헤비메탈을 선보이겠다는 무대뽀 정신 때문에 음악에도 코미디적 요소가 강하다. 하지만 안으로 깊이 파고들어가면 다양한 록의 유산들을 진지하게 탐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Jack Black은 첫 내한공연 때 한 인터뷰에서 Led Zeppelin 말고도 Sebadoh, Ozzy Osbourne, Urge Overkill, Eddie Money, Aerosmith, Nirvana를 좋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AC/DC의 열렬한 팬이다. 영화와 앨범으로 패키지 상품처럼 나온 "Tenacious D In The Pick Of Destiny"에서도 위대한 밴드로 언급하고, 영화 "스쿨 오브 록"에서 아이들에게 기타 리프를 알려 주는 장면에서 연주하는 여러 곡이 AC/DC의 것이다.
영화 마지막에 아이들과 연주하는 곡도 AC/DC의 'It's A Long Way To The Top'을 개사한 것이다. 바닥을 뒹굴며 발버둥을 치고 기타를 연주하는 퍼포먼스, 반바지에 교복 풍 의상은 영락없는 Angus Young이다. 벼락이 내리치는 밴드 로고를 따라 한 것도 AC/DC에 대한 오마주다.
영화 속에서 음악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으로는 성이 안 찼는지 밴드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를 만들기에 이른다. 우리말로 운명의 피크로 번역되는 "Tenacious D In The Pick Of Destiny"다. 자신들의 자전적 이야기에 악마와 싸우는 내용을 집어넣는 잡탕 코미디다. 2001년 데뷔 앨범 [Tenacious D]가 뛰어난 완성도로 한 방을 먹였다면 5년 만에 나온 2집은 코미디 록의 내용을 좀 더 구체화하며 충격파를 던졌다.
가장 재미있는 대목은 록 음악, 정확히 말하면 메탈의 신세계로 빠져들게 되는 입문기다. 첫 곡 'Kickapoo'는 영화 속 어린 Jack Black의 아버지로 나오는 미트 로프와 로니 제임스 디오가 함께 불렀다. 특히 디오는 Jack Black을 음악의 길로 인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밴드 Tenacious D의 극한여정은 악마와 마이크를 주고 받으며 메탈의 자웅을 겨루는 장면을 묘사한 'Beelzeboss'에서 극에 달한다. 어쿠스틱 기타로 잔잔하게 전개되던 앨범의 분위기는 이 곡에서 반전을 맞는다. Foo Fighters의 Dave Grohl이 여기서 등장한다. Dave Grohl은 악마 역과 드럼 연주를 맡아 친구 Jack Black을 도왔다. F로 시작하는 네 글자의 영단어가 도배하고 있지만 메탈에 대한 무한열정으로 앨범은 묘하게 연대감이나 따뜻한 정서를 환기시킨다. 마지막 곡 'The Metal'에서는 메탈이 아직 죽지 않았다고 외친다.
#3 스쿨 오브 록
진정성의 끝판왕은 역시 영화 "스쿨 오브 록"이다. 록에 대한 열정이 없었다면, 실제로 록밴드를 해보지 않았다면 그런 연기가 나올 수 없다. Jack Black은 영화에 출연하기 이전부터 친구인 코미디언 카일 가스와 함께 밴드 Tenacious D 활동을 해왔다. 어쿠스틱 기타로 헤비메탈을 해 보이겠다는 열정은 "스쿨 오브 록"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스러져 가는 록의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그의 모습은 한편으론 안쓰럽기까지 하다. Jack Black은 이 코너 "스쿨 오브 록"의 영감이 되어준 인물이다.
극중 Jack Black은 다짜고짜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너희들 Led Zeppelin을 아니? Jimmy Page, Robert Plant를 설마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Black Sabbath, AC/DC, Motorhead는?" 돌아오는 것은 아이들의 뚱한 표정뿐. 아는 가수라곤 Christina Aguilera, Puff Daddy, Liza Minelli 밖에 없는 초등학생들에게 가짜 보결교사 Jack Black은 록의 신세계를 보여준다.
그때도 중요한 것은 진정성이다. 기술을 연마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록을 제대로 느끼고 즐거움을 찾는 것이다. 아이들은 음악을 통해 행복을 느끼고 자신감을 찾아간다. "가짜" 선생님의 "진짜" 음악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결국에는 변화시킨다. 이 마법은 교장 선생님에게도 통한다. 두 사람이 Stevie Nicks의 'Edge Of Seventeen'로 대동단결되는 모습도 명장면 중 하나다.
문화의 힘은 쓸데 없는 것을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영어 단어, 수학 공식을 열심히 외워도 모자란 시간에 Jack Black은 록의 계보도를 그려가며 록의 역사를 배우게 한다. 하지만 비로소 자신이 행복해지는 공부를 찾은 아이들의 눈은 그 어느 때보다 반짝거린다. The Who의 'Substitute', The Doors의 'Touch Me', Led Zeppelin의 'Immigrant Song', Modern Lovers의 'Roadrunner', The Ramones의 'My Brain Is Hanging Upside Down' 등 록의 보석들이 스크린을 빛낸다. 기타 리프의 고전이 된 Deep Purple의 'Smoke On The Water'도 등장한다.
Jack Black은 영화 속 아이들과의 인연을 이어나갔다. 미국 매체 허핑턴 포스트는 지난 2013년 영화가 나온 지 10주년을 기념해 Jack Black과 아역 배우들이 다시 뭉쳐 공연하는 것을 보도했다. 영화에서 'Smoke On The Water'의 기타 리프를 무표정하게 뜯던 아이 Joey Gaydos Jr., 귀여운 반항아 캐릭터로 드럼을 연주하던 Kevin Clark 모두 실제 뮤지션의 길을 가고 있어 훈훈한 그림을 연출했다.
사실 영화 속 아이들은 이미 연주력을 갖춰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아이들이었다. 베이스를 연주했던 Rebecca Brown, 건반을 연주했던 Robert Tsai, Aretha Franklin을 연상시키는 코러스 Maryam Hassan 모두 직접 연주하고 노래를 할 줄 알았다. 10년이 지나 만났어도 이들의 하모니는 착착 들어맞았고 아름다웠다. 록에 대한 열정이 여전히 살아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박효재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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