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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칼럼니스트 한지훈이 소개하는 흥미진진한 Hi-Fi 이야기
2016년 전 세계 대중음악계와 문학계에 가장 큰 사건은 Bob Dylan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 뉴스를 접하면서 든 생각 중의 하나가 "만약 우리나라 가수 중에 노벨 문학상을 받을 만한 가수가 있다면 누굴까?" 이었습니다. 별 고민 없이 답이 너무 빨리 나왔는데요. 제가 한림원의 노벨상 심사위원이라면 바로 이 사람에게 상을 줄 것 같습니다. 이번 글의 주인공, 조동진입니다.
조동진 추모앨범
모 TV 프로그램에서 시작된 7080 열풍과 세시봉 신드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1970년대를 포크의 시대로 기억하지만, 사실 우리나라 포크음악의 전성기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70년대 초반에 김민기, 양병집, 김정호, 송창식, 윤형주 등에 의해 꽃이 피기 시작했지만 70년대 중반의 대마초 파동 이후 우리나라 포크는 거의 맥이 끊어졌다고 봐도 무방하죠. 이렇게 얼어붙은 우리나라 대중음악 속에서의 포크라는 장르를 다시 싹 틔운 사람이 조동진입니다. 1979년도에 발표한 그의 솔로 1집이 큰 성공을 거두었던 것이지요.
< 송창식 & 양희은 >
사실 조동진의 데뷔는 1967년 쉐그린의 리드 보컬 겸 기타로, 솔로 앨범 발표보다 십여 년 이상 빨랐습니다. 그러면서 음악적 교류가 있었던 당대 최고의 가수들 – 서유석, 송창식, 양희은, 이수만 등의 가수들에게 곡을 주며 작곡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죠. 하지만 그의 노래는 늘 비주류, 즉 언더그라운드였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조동진의 노래는 조동진이 불렀을 때 빛을 발하는 노래들이기 때문입니다.
< 1970년대를 대표한 디바들, 김추자 & 정훈희 >
1970년대는 대중음악 속에 재즈와 트로트, 그리고 디스코와 포크가 섞여있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요. 장르를 불문하고 가수는 대역이 넓고, 성량이 풍부해야 했으며, 곡은 기승전결이 확실한, 4분 안에 인생의 흥망성쇠라는 드라마가 들어있어야 했던 시기였습니다. 김추자의 '무인도'나 정훈희의 '안개', '꽃밭에서', 김민기가 곡을 쓰고 양희은이 부른 '아침 이슬' 같은 곡들이 이에 해당되는 곡들이지요. 하지만 조동진의 음악에는 드라마가 없습니다. 대신 서사와 인간에 대한 애정이 담겨있지요.
이는 노래 가사에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김민기의 '아침 이슬'에는 서러움 모두 버리고 저 거친 광야로 가겠다는 의지가 보이지만 조동진의 '행복한 사람'에는 울고 있는 사람에게 남은 별 찾을 수 있는 아름다운 두 눈이 있기에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위로를 전합니다.
창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조동진의 노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가창력이나 성량, 정확한 음정 뭐 그런 것들이 중요한 노래가 아닙니다.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갖춰야 할 덕목 같은 기준으로 재단할 것이 아니라 얼마나 따뜻한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느냐,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노래를 부르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스타일입니다. 그렇기에 김추자, 정훈희, 조용필, 송창식 등등 우리나라 대중 음악사를 통틀어서 노래 잘 부르는 가수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던, 별들의 전쟁의 시기에 조동진의 노래는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곡들이 아니었습니다.
포크라는 장르로 한정한다 하더라도 그 시기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저항 정신'이 필요했던, 그래서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는 의지가 필요했던 시기이지 사람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나 삶에 대한 서사가 필요했던 시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남들 앞에 나서기를 쑥스러워하는 조동진의 성격과 맞물려 조동진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언더그라운드 가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솔로 앨범이 발표된 1979년에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기록되고, 지금 2017년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영향을 끼치는 그런 역사적 큰 일이 있었지요. 그 격변의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의지가 아니라 위로였고 조동진의 노래가 1979년을 살아갔던 많은 사람들을 위로했죠.
조동진의 목소리 톤은 뭐랄까요? 슬픔에 젖어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한 사람을 따뜻하게 안아주며 기대어 울 수 있는 어깨를 내어주는,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난 사람에게 따뜻하게 데운 우유를 건네주는 교회 오빠 같은 목소리 같다면 제가 너무 감상적으로 표현한 걸까요? 어쨌든 이런 그의 목소리로 부른 '행복한 사람'과 '겨울비', '작은배', '흰눈이 하얗게' 등의 곡이 많은 인기를 얻으며, 십여 년의 무명가수 생활은 끝이 났습니다.
#2집
순풍에 돛 단 듯 그의 다음 앨범은 솔로 앨범을 발표한 이듬해에 출시되었습니다. 우리나라 대중 음악사에 길이 남을 불멸의 명곡 '나뭇잎 사이로'가 수록되어 있는 바로 그 앨범이지요. 지금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앨범은 1986년도에 재녹음된 앨범인데요. 이 때 녹음에 참여한 뮤지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병우, 김광민, 조원익, 강인원, 하덕규 등등 당대를 호령했던 뮤지션들이 모두 모여 있죠.
그래서인지 몰라도 1986년도 재녹음된 음반은 지금 들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을 정도로 곡의 구성이나 편곡, 연주가 모두 훌륭합니다. 특히 '어둠 속에서' 같은 트랙은 갓 스무 살을 넘긴 풋풋했던 시절, 이병우의 일렉트릭 기타 연주를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곡이지요.
< 어떤날 (조동익 & 이병우) >
1980년대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르네상스를 이끌던 한 축으로 "어떤 날"이라는 포크 듀오가 있었습니다. 이병우가 기타를 치고 조동진이 베이스를 치던 팀이었죠. 이병우는 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조동진과 앨범 작업을 같이 했고, 조동익은 조동진의 친동생입니다. 이 앨범의 네 번째 트랙 제목을 살펴보세요.
#3집
숨고르기가 필요했을까요? 5년의 기다림 끝에 조동진의 세 번째 앨범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 5년의 시간만큼이나 조동진의 음악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지요. 1집과 2집은 재녹음을 통해 다채로운 악기, 그 중에서도 신시사이저가 포함되긴 했지만 그래도 기본 기조는 통기타를 중심으로 한 어쿠스틱 사운드인데요. 3집에서는 타이틀곡인 '제비꽃'에서부터 신시사이저를 통기타와 같은 자리 정도에 옮겨놓아서 다양한 악기의 느낌을 살렸습니다. 이런 클래시컬한 악기의 구성은 그 이전까지는 흔히 접할 수 없는 구성이었죠.
여기에 곡의 분위기도 다채로워졌는데요. 다섯 번째와 여섯 번째 트랙인 '기쁨의 바다로'와 '끝이 없는 바람'은 포크와 프로그레시브 록의 만남 같은 느낌이지요. 조동진 음악 행보의 시작이 록 그룹의 기타리스트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이 앨범 이후 그는 또 다시 숨 고르기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아무 활동 없이 그냥 세월만 보냈던 것은 아니지요. 4집과 5집 앨범, 그리고 조동진 사단 이야기와 조동진의 음악을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오디오 시스템의 소개가 이어집니다.
#4집
1990년은 우리나라 대중음악 역사에서는 다시 못 올 르네상스 같은 시기였습니다. 변진섭과 이승환을 필두로 한 발라드 계열과 김광석, 박학기 등의 포크, 여기에 김완선의 댄스와 태진아와 송대관의 트로트, 심지어는 신촌 블루스를 앞세운 블루스까지 차트에서 볼 수 있던 시기였지요. 그리고 그 앨범 중에는 조동진의 네 번째 앨범도 있습니다.
< 조동진 4집 >
하지만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는데요. 같은 발라드라고 하더라도 이문세와 변진섭의 노래 스타일이 다르고, 1980년대의 조동진과 박학기의 스타일이 다르듯이 조동진의 앨범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런 변화의 주인공은 조동진과 더불어 소위 조동진 사단이라고 부르는 멤버들의 핵심 세력인 어떤 날의 두 주인공, 이병우와 조동익이 그 주인공입니다.
< 이병우 & 조동익 >
이병우는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악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할 만큼 기타를 잘 치는 사람이지만, 단지 기타 치는 능력만으로 그를 이야기한다면 코끼리의 다리를 만져보고 코끼리는 통나무처럼 생겼다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작곡이나 편곡에도 천재적인 재능을 보이며, 이런 크로스오버적인 능력을 통해 이제는 국내 영화음악의 대가가 되었지요.
조동익은 베이시스트로 뛰어난 역량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가 가장 빛나는 자리는 앨범 프로듀서라는 자리였죠. 실제로 80년대 중후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잘 된 앨범의 대부분은 북클릿에서 그의 이름을 볼 수 있었고요.
이런 내로라하는 천재 두 명이 조동진과 같이 작업을 하게 되면서 조동진의 음악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는데요. 3집에서도 일부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긴 했지만 1-3집까지의 조동진의 음악은 기본적으로 통기타 한 대만 있으면 누구나 연주가 가능한 음악이었습니다. 조동진의 담백하고 음역대의 변화가 크지 않은 목소리에는 다채롭고 화려한 반주보다는 조동진의 목소리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타 코드면 충분했죠. 음식에 비유하면 오래 끓인 곰탕 같은 느낌이랄까요?
< 조동진 4집에서 키보드를 담당했던 김현철 >
하지만 4집에서는 다릅니다. 당시 젊은 작곡가들이 열광했던 퓨전 재즈의 바람 때문인지 조동진 4집은 이전의 조동진 앨범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세련된 앨범이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그대 창가엔' 트랙에서 이러한 변화를 두드러지게 감지할 수 있는데요. '춘천가는 기차'와 '동네'가 수록되어있는 자신의 데뷔 앨범을 발표하고 세상에 천재의 등장을 알린 김현철이 키보드를 담당하며 이 곡에는 이전까지의 가요에서는 좀처럼 듣기 힘들었던 색소폰과 오보에가 등장합니다.
여기에 이병우의 기타와 조동익의 베이스가 더해지면서 요즘 표현으로 "고급진" 음악이 완성되었죠. 3집까지가 오래 끓인 곰탕이었다면 4집 앨범은 미슐랭 가이드에 나오는 음식이 된 것이지요.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이 앨범은 상당히 호불호가 나뉘는 앨범이 되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편하게 듣는 장르가 있고, 특정 가수에게 기대하는 바가 다릅니다. 심수봉 씨에게 헤비메탈의 그로울링 창법(발성할 때 숨으로 목을 긁으면서 내는 소리. 필자 주)을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물론 심수봉 씨가 그로울링 창법으로 헤비메탈 앨범을 발표한다고 하더라도 살 사람이 없을 것이고요. 왜냐하면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5집
< 조동진 5집 >
조동진을 아는 사람들이 조동진에게 바란 음악은 '행복한 사람'이나 '나뭇잎 사이로'의 담백한 조동진이지 퓨전 재즈로 무장한 화려한 포크 가수 조동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반면 조동진의 음악을 이 앨범으로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그래서 이 앨범이 익숙한 사람이라면 1-3집까지의 조동진 음악은 심심하게 들리겠죠. 4집의 연장선상에 있는 5집은 말할 필요도 없고요. 선택은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몫입니다.
그렇다면 조동진의 음악은 어떤 시스템에서 들으면 좋을까요? 아니 그 이전에 조동진 음악의 리마스터링 음원 출시를 기념하며 간단하게 마스터링과 리마스터링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요?
음반의 제작 과정은 프로듀싱과 믹싱, 그리고 마스터링으로 나뉩니다. 프로듀싱은 말 그대로 원 소스를 제작하는 과정, 즉 녹음의 과정이고, 믹싱은 각 채널의 소스를 모으면서 밸런스를 조절하는 단계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보컬과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구성된 곡이 있다면 각각 녹음된 보컬과 기타, 베이스 기타와 드럼의 소리를 하나로 모으면서 특정 악기가 튀어나오지 않게 조절하는 과정이 믹싱이지요.
마스터링은 이렇게 만들어진 음원을 마스터 테이프에 담기에 적합한 음원으로 가공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그렇기에 요즘 보편화된 디지털 녹음의 경우 엄밀하게 말하면 마스터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죠. 어쨌든 마스터링 과정을 통해 음량을 확보하고 각 대역별 음색을 조절합니다.
< 확연히 다른 드럼사운드를 가진 두 앨범, Led Zeppelin 2집 & Metallica 4집 >
원판 불변의 법칙은 사람의 얼굴에만 해당되는 법칙은 아니기에 녹음의 과정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즉, 아무리 천재적인 믹싱/마스터링 엔지니어가 있다고 하더라도 녹음이 잘못되면 좋은 음질을 확보할 수 없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녹음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음질에 영향을 끼치는 과정은 마스터링입니다.
이를테면 킥드럼 소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딱딱한 금속성이 나지 않습니다. Led Zeppelin 2집에 수록되어 있는 'Moby Dick'이라는 곡을 들어보면 잘 알 수 있죠. 하지만 마스터링 과정에서 컴프레셔라는 이펙터와 이퀄라이저를 통해 얼마든지 Metallica의 드럼 소리처럼 변형시킬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여배우의 얼굴을 만드는 게 여배우의 부모님이 아니라 의느님과 미용실 메이크업 실장님이듯이 소리에는 마스터링 엔지니어가 그 역할을 수행하죠.
리마스터링은 이전에 마스터링을 했던 음반을 다시 마스터링 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부분 오래된 음반을 요즘 사람들의 귀와 오디오에 적합하게 만들지요. 일반적으로 리마스터링 과정을 거치면 소리의 다이내믹스가 줄어들어 더 간결하게, 그래서 더 깔끔하게 들리는 것처럼 느낍니다.
대표적으로 Billie Holiday의 [Lady in Satin] 앨범을 LP와 오리지널 CD, 그리고 리마스터링 CD와 리마스터링 SACD로 각각 비교해서 들어보면 누구라도 알 수 있을 만큼 확연한 차이가 있는데요. 앞으로 갈수록 소리는 거칠고 다이내믹스는 커집니다. 물론 뒤로 갈수록 그 반대고요. 그 적절한 타협점을 찾는 게 리마스터링 엔지니어의 역할이겠지요.
지금 멜론 Hi-Fi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조동진 리마스터링 음원은 기대 이상으로 결과물이 잘 나왔습니다. 그렇기에 오리지널 LP에 익숙한 분이 아니라면 오리지널 음원보다는 리마스터링된 음원을 더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저는 이 음원을 즐겁게 듣기 위한 스피커로 로저스의 LS 3/5A 모델을 꼽았습니다.
< 로저스 LS 3/5A >
이 스피커는 일반적인 음악 감상용 하이파이 스피커가 아니라 영국의 BBC 방송국에서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모니터하기 위한 용도로 제작된 스피커입니다. 그렇기에 깊이 떨어지는 저역도, 화사한 고역도 없습니다. 또한 모니터용이기에 착색이 적어 소리를 예쁘게 만들어주는 스피커도 아닙니다. 시대별로 임피던스가 다르긴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가 있는 모델은 임피던스가 16Ω인 모델이고, 임피던스는 16Ω이면서 음압은 82㏈로 낮기에 앰프 매칭도 쉽지 않습니다. 가격도 크기나 연식에 비하면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는 가격입니다. 이런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로저스 LS 3/5A 16Ω 모델의 경우 인터넷 직거래 장터에 올라오자마자 없어지는 모델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람의 목소리에는 이만한 스피커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 Leonard Cohen & Tom Waits >
Leonard Cohen이나 Tom Waits 같은 가수들은 가슴으로 노래를 하는 가수이지 목으로 노래를 하는 가수가 아닙니다. 이렇듯 낮은 울림으로 사람의 마음을 적시는 가수의 음악을 들을 때에는 이만한 스피커가 없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물론 사람의 목소리를 잘 재생해주는 스피커는 많습니다. 아니 제대로 만든 스피커 중에 사람의 목소리를 매력적으로 재생하지 않는 스피커가 없다고 봐야지요.
하지만 로저스 LS 3/5A는 그중에서도 좀 특별한 스피커입니다. 중역대에 치우친 소리 성향은 사람의 목소리를 재생하는 데에 특화되어 있고, 모니터 특유의 메마른 소리는 조동진의 목소리와 기가 막히게 어울립니다. 그렇기에 이 스피커로 [Grammy Nominees] 같은 앨범을 들으면 정말 돈 값 못하는 스피커로 전락하지만 조동진처럼 읊조리는 듯이 노래하는 가수의 음악을 들을 때에는 노래 한 곡에서 인생의 희노애락을 느낄 수 있습니다.
< EL34 & 6L6 >
앰프 조합도 알려진 것처럼 어렵지는 않은데요. 이 스피커는 허용입력이 50W인 스피커입니다. 그렇기에 출력이 30W 정도인 A 클래스 앰프나 출력관이 EL34나 6L6 정도의 진공관이면 좋은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다만 KT88 계열의 빔관이나 출력이 센 AB 클래스 앰프에 연결하면 오히려 더 둔탁하고 거친 소리를 듣게 됩니다.
이 글을 쓰기 시작할 무렵, 조동진 씨의 암 투병 소식을 접했습니다. 저는 남은 별 찾을 수 있는 아름다운 두 눈과 바람결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그 마음 있는 조동진 씨와 더 오랫동안 같은 공기로 숨 쉬고 싶습니다. 조동진 씨의 쾌유를 기원합니다.
한지훈 (오디오칼럼니스트)
mel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