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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이네켄 프레젠트 스타디움. <한겨레> 자료사진
얼마 전 이디엠(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페스티벌과 클래식 공연을 하루에 갔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땀범벅이 된 뒤 공연장을 들어가려니 몸이 움츠러들었다. 아침에 고민하여 신고 온 운동화는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았다. 클래식 공연이라면 구두에 단정한 차림이 어울렸을 테고, 이디엠에서는 땀을 발산할 수 있는 복장과 비까지 대비 가능한 아쿠아샌들 정도가 어울렸을 것이다. 두 개의 공연을 나란히 본 것은 현재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넓은 스펙트럼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과 극의 음악 체험이었다.
이디엠 페스티벌 관계자 말로는 어떤 아티스트는 유에스비 하나만 들고 비행기를 탄다고 한다. 그에 반해 클래식 공연 연주자는 악기를 위해 좌석 하나를 더 사기도 한다. 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는 등급이 다른 두 개의 좌석을 예약해, 이코노미 좌석에는 자신이 앉고 비즈니스 좌석에는 악기를 앉혔다고 한다. 악기가 덩치가 있다 보니 항공사에서는 승객들의 통행에 지장이 없는 자리로 마련해주곤 한다고 한다.
이디엠 공연은 공연장을 휘돌아 감은 스피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야외의 넓은 공연장을 소리로 가득 채우는 것이 목적이다. 클래식 공연이 자주 이루어지는 콘서트홀은 스피커를 사용하지 않고 소리가 전달되도록 설계된다. 클래식 공연장에서 관람객들은 공연이 시작되기 전 헛기침을 하고 어수선하게 팔도 움직여댄다. 혹시라도 공연 중 돌발적으로 기침이 나올 것을 대비하는 의식이다. 여러 개의 악장이 연주될 때는 장 중간에 박수 소리도 자제한다. 음의 여운을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에 늦으면 입장할 수도 없다. 이디엠 페스티벌의 관람객은 수시로 공연장을 들고 난다. 흥이 나게 하는 비트에 몸을 맡기고 자연스럽게 환호하고 소리를 지른다. 맥주를 마시고 음식을 들면서 즐기기도 한다.
서울시향의 공연. <한겨레> 자료사진
이렇게 차이점이 크지만 두 공연의 공통점도 무시할 수 없다. 두 개의 공연에서 공통적으로 옆 사람과의 대화가 불가능하다. 한쪽은 너무 조용해서고, 한쪽은 너무 시끄러워서다.
그리고 두 공연은 공히 얼마나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있나를 고민한 결과의 진화물이다. 이디엠 페스티벌은 더 많은 사람이 오는 공연을 목표로, 앞에 있는 사람이나 뒤에 있는 사람이나 공연을 똑같이 즐기도록 진화했다. 왕과 귀족 등 후원자를 위해 이루어지던 거실 공연은, 시민혁명 이후 더 많은 시민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 공연으로 발전해 나갔다.
계급에 따른 공연장 ‘클래스’는 현재 티켓값으로 대체되었지만. 이어폰에 귀를 꽂고 음악을 듣는 ‘워크맨’이 ‘개인주의 생활양식’의 신호탄이 되었지만(한국형 워크맨은 ‘마이마이’였다) 여전히 음악은 더 많은 사람과 즐길수록 좋다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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