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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집 '요새드림요새' 낸 가수 이승열
남들은 '이승열=모던록'이라지만
블루스는 음악에 빠졌던 첫 경험
새 앨범은 듣기 편해진 블루스들
선율 도드라지고 보컬 뚜렷해져
가사에 시인 김수영·기형도 흔적
애플뮤직·바이닐에서만 들을 수 있어
6집 <요새드림요새>에서 블루스 요소를 녹여낸 가수 이승열. 플럭서스 제공
고정관념이나 관성은 쉽게 깨지지 않는다. 가수 이승열에게 향하는 고정관념이 대표적이다. 1994년 모던록 밴드 유앤미블루로 데뷔해 20년 넘게 음악을 해왔다. 정규 앨범만 6장 넘게 냈지만 그를 가리키는 수식어는 여전히 '모던록의 대부' 같은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음악이 모던록의 영역에서 멀어진 지는 오래됐다. 스케일이 큰 사이키델릭부터 일렉트로닉, 신스팝 등의 음악을 앨범에 담아내도 사람들은 관성적으로 '이승열=모던록'이라 연결시킨다.
이에 대해 아티스트 스스로 거부감을 드러낸다. "신 걸 생각하면 몸서리쳐지고, 바퀴벌레를 생각하면 싫다는 반응이 오는 것처럼 이제 나는 모던록이란 말만 들어도 몸에서 거부반응이 생긴다. 하지만 그런 고정관념을 억지로 바꿀 수는 없는 거고 계속 내 음악을 할 수밖에는 없다." 제대로 된 음악적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항변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그를 모던록 음악가로 생각하겠지만, 새 앨범인 6집 <요새드림요새>는 블루스를 전면에 내건 앨범이다. '정통'이란 말을 붙이는 것엔 부담감을 느끼지만 노래 곳곳에 블루스의 요소를 녹여냈다.
"4집도 그렇고 5집도 그렇고 어떻게든 블루스적인 요소를 넣으려고 했다. 표현이 이상하긴 하지만 금세기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떤 뮤지션이든 블루스에 대한 존중이 없는 사람은 없을 거다. 내가 음악에 빠져들었던 첫 경험이 바로 블루스였다." 블루스의 요소를 차용하고 또 정서적인 부분에 기댄 <요새드림요새>는 이승열의 디스코그래피에서 가장 블루스적인 앨범이다. 하지만 '정통'이란 말에 부담감을 느끼는 것처럼 앨범은 지난 두 장의 앨범보다 듣기 편하다. '컵 블루스'(Cupblues)처럼 위로를 툭 던지는 노래도 있고, '아이 소 유'(I saw you)처럼 선율이 도드라지는 노래도 있다. 지난 앨범보다 보컬이 또렷하게 들리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앨범에선 한국어 가사와 영어 가사가 섞여 있다. 중학생 때 이민을 가서 영어가 상대적으로 더 편하긴 하지만 의도적으로 한국어 가사를 쓰려 했다. 바탕에는 한국의 시가 있었다. 앨범의 첫 곡 '지나간다'는 김수영의 시 '현대식 교량'을 일부 발췌해 가사를 완성했다. '검은 잎'은 제목 그대로 기형도의 시를 연상시킨다. 그는 백석, 김수영, 기형도를 좋아하는 시인으로 꼽았다.
<요새드림요새>를 발표하며 그는 또 하나의 관성을 거부했다. 모든 음악가들이 앨범을 발표하고 당연하게 등록하는 음원 사이트에 이승열은 자신의 음악을 포함시키는 걸 거부했다. 음악가에게 합리적으로 수익을 배분하고 앨범 단위로 음악을 내려받을 수 있는 애플 뮤직과 바이닐에서만 그의 음악을 듣거나 내려받을 수 있다. 그는 유통과 배급에 대한 음악가 스스로의 '자기결정권'을 말한다.
"유통 방식은 내가 결정했다. 내 음악이 어떻게 소비되는지 그 결정권을 창작자가 가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일반 음원 사이트의 수익 분배나 상품 구성을 보면서 '내가 왜 저들 데이터베이스에 음악 여기 있습니다' 하고 바쳐야 하는지 계속 생각이 들었다. 15년 동안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갖게 된 생각이다." 이승열의 결정으로 앨범을 사지 않거나 특정 사이트에 가입하지 않고는 이승열의 음악을 듣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고집스런 그의 행보를 닮은 새 음악은 충분히 찾아 들을 가치가 있다.
김학선/음악평론가
hani.co.kr